
목민신문 김진희(제니) 기자 | 서울시가 종로구 탑골공원 내 '바둑·장기' 금지령을 내린 이후, 어르신들이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97년 조성된 탑골공원은 형편이 넉넉지 않은 노인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며 여가를 즐기던 대표적 장소였다.
그러나 지난 7월말 종로구청장이 공원 내 '바둑·장기 금지령'을 발표하고 위반 시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101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부착하면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오전 9시 무료급식소 문이 열리는 날에는 1시간 전인 아침 8시부터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식사를 하지만 더 이상 머물곳이 없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설렁탕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하루를 버티게 하는 마지막 힘이다.
한 어르신은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은 맛도 없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따뜻한 밥도 있어서 좋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한 끼는 배고픔을 달래는 것을 넘어 외로움을 해소하고 삶에 있어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때로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어르신, 급식증을 잃어버려 호주머니를 뒤적이는 어르신, 배급받은 음식을 몰래 싸가려다 제지당하는 어르신 등 안타까운 상황도 종종 연출된다.
이곳에서 봉사하는 A씨는 "식사를 준비하며 어르신과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삶의 깊이를 느낀다"며 "무료급식소를 나서는 뒷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고령화 사회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되고 한 끼 식사가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세월을 먼저 걸어온 노인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한다. 노인은 단순히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켜온 원동력이다.
한 방송인이 "너희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세대를 이어온 이들의 삶과 존엄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다.